특허명세서는 농부의 씨앗

특허명세서는 농부의 씨앗

특허명세서를 쓴다는 것은 농부가 농사짓는 것과 같다.

특허명세서를 작성하는 일은 매우 힘든 작업이다. 클라이언트(의뢰인)의 아이디어를 상담받아 기술을 특정하고, 관련기술들을 검색해서 의뢰받은 기술이 어느 정도의 위치인가를 확인하여야 하며, 특허명세서에 적법하게 법률적으로, 기술적으로 검토해서 기술하여야 하는데 이 작업이 장인의 인고의 세월을 요구한다.

하기야 농부가 씨앗을 갖고서 싹을 틔우고, 열매를 맺어 수확하고, 먹기까지 수많은 품을 팔아야한다. 농작물은 농부의 발걸음 소리를 듣고 자란다고 하지 않는가?

농부가 농사짓기를 싫어하고 게으름을 피우게 되면 자연히 밭에 오는 발걸음 소리가 뜸해지게 되고, 농사는 그만 망쳐버리게 된다.

가끔 내가 하는 일이 지겹고 버겁다고 생각되면 농부가 농사짓는 마음을 생각하면서 달래본다. 클라이어언트의 아이디어는 농부의 씨앗이고, 나는 이 씨앗을 잘 틔워서 길러줄 의무가 있다. 요즘 얘기로 나는 농부의 씨앗을 위탁받아 재배하는 위탁 영농인이다. 풍성한 수확을 위해서 지금 나는 정성을 쏟아야 하고, 풍요로운 가을을 맞아 수확물을 농부에게 돌려줘야 한다.

붙잡아다 놓은 글 줄이 자꾸만 도망가는 날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자판을 두드린다. 특히 어젯밤의 숙취가 완전히 깨지 않은 오늘 같은 날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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