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효율이 70프로

무효율이 70프로

우리나라에서 받은 특허 중에 70%가 무효판결을 받으니, 상대방이 내 기술을 도용할 때 특허를 어떻게 신뢰하고 소송을 벌이겠는가? 설령 무효가 아니라해도 상대방의 침해를 입증시켜 손해배상을 타 내기까지는 멀고도 험하다. 변리사가 직업인 본인이 겪게 되는 안타까운 일은 특허소송을 의뢰받았을 때 발명내용은 충분히 특허권자가 이길 내용이지만 특허권에서 가장 중요하며, 이기고 지는 것을 결정하는 특허출원서의 청구범위의 기재가 잘못되어 있어 승소할 확신이 서지 않을 때이다.

우리나라에서 특허권자가 소송을 벌여 받아들이는 평균 손해배상액은 5000만원 정도로 매우 약하지만 그나마 이것은 청구범위의 기재가 잘되었을 때의 일이고, 청구범위 기재마저 잘못되었을 때에는 눈물을 머금고 소송을 포기해야만 한다.

이와 같이 잘못된 청구범위는 수임료 등 복합적인 원인이 있겠지만 특허사무실의 운영형태에서 그 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특허사무실에는 변리사들과 변리사가 아닌 자로서 특허출원서를 작성하는 직원들(소위 ‘명세사’)이 있지만, 특허 쟁송시에는 변리사만이 출석하여 특허권의 유무효와 권리침해 부분을 따지게 되고, 이때 쌍방이 주로 다투게 되는 것이 청구범위의 해석에 대한 것이며, 이러한 일을 업으로 하는 변리사는 청구범위의 중요성이 몸으로 체득되지만 직원은 그러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책으로만, 말로만 중요성을 듣게 되고 청구범위 작성에 심각하게 고민하며 공을 들이지 않는 것 같다. 변리사가 예전과 같이 직원에게 도장 맡기고 즐기던 호시절은 지나갔다. 사무실 실정에 따라 변리사가 전체 특허출원서를 다 작성한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하면 어짜피 자기 도장이 찍혀 나가는 것인데 감독이라도 잘해, 최소한 청구범위만큼은 훗날 소송에서 특허권자에게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나마 특허권자가 보호받기 어려운 이 나라에서의 위로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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